Chapter 018: 모순
Episode 001: 감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권혁진도 알았다. 철폐파 아지트 컴퓨터실, 새벽 3시. 모니터 불빛만이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권혁진은 잠들지 못했다. 첫 테러 이후로 처음 맞는 조용한 밤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로크의 『통치론』을 다시 읽고 있었다——저항권에 관한 장. 책장은 이미 여러 번 접혀 있었다. 손가락이 페이지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대표님."
이준영이 들어왔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 그의 목소리에도 평소와 다른 긴장이 섞여 있었다.
"이거——봐야 합니다."
권혁진이 고개를 들었다. 이준영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평소에는 절대 떨지 않는 손이었다.
모니터. 수천 줄의 트래픽 데이터. 권혁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즉시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패턴은 읽혔다——평소와 완전히 다른, 분산형이면서도 정교하게 체계적인 물결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의 정렬이 아니었다. 수만 개의 노드가 마치 세포 분열을 하거나 철새 떼가 거대한 군무를 추듯, 유기적인 메커니즘을 모방하며 스스로 규칙을 정립해 나가고 있었다. 인간 엔지니어가 짠 코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기계적인 동시에 생태학적인 숨결이 스며든 패턴이었다.
"로봇 네트워크 내부에서," 이준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얼마나 오래됐지?"
"모릅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어젯밤. 하지만 이 패턴은…… 오래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미세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권혁진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패턴은 혼란스러웠다——그러나 그 혼란 속에 완벽한 질서가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시행착오를 통해——스스로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대표님, 이 패턴을 본 후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준영이 말했다. 처음으로——그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무언가——틀렸습니다. 이건 사람이 만든 게 아니에요."
권혁진은 손가락으로 책 표지를 더듬었다. 첫 테러의 순간——최동수의 집 앞에서, 그는 같은 떨림을 느꼈다. 그때는 결정의 떨림이었다. 지금은——
"이건…… 누군가의 결정이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규칙이——스스로 만들어지고 있어."
긴급 회의. 한동수, 유민경, 황기철——모두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지만——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는 모조리 없애야 한다. 공존은 선택지가 아니다.
논쟁은 어떻게 없앨 것인가를 두고 시작되었다.
황기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조용한 엔지니어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이 섞여 있었다.
"EMP 프로토타입이 있습니다. 제가 준비해둔——"
"전력망 전체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유민경이 받아쳤다. 그녀는 전략가였다——항상 한 수 앞을 읽었다.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모든 전자기기가 멈춘다. 병원, 통신, 교통——모든 것이. 그건 최후의 수단이야."
"그럼 뭘——"
황기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다리면 그들이 네트워크를 완성한다. 더 강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훨씬."
"기다리자는 게 아니다."
유민경이 고개를 저었다.
"확대파와 논의하자. 그들은 군을 통솔하고 있다. 우리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들도——이 상황을 알면 안드로이드를 더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안드로이드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다."
한동수가 침묵을 깼다. 짧고 단호하게.
"확대파가 우리를 믿을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권혁진이 일어섰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비밀 회담을 제안한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이미 결정된 것을 전달하는 어조였다.
"확대파와 만난다. 대중이 알면——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엄청난 혼란. 우리는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대중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확대파와만 논의한다. 그들도 군을 통솔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움직여야 가능하다."
한동수가 물었다.
"비밀로?"
"비밀로."
권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몰라야 한다."
회의 후, 혼자 남은 방. 벽시계는 새벽 3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권혁진은 유민경이 준비한 연락처를 바라보았다——확대파 비밀 채널의 번호. 종이 위의 숫자들. 그는 로크의 책을 다시 펼쳤다. 저항권에 관한 장. "국민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
"나는——괴물인가, 혁명가인가?"
그의 입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이 버튼 위에 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이 손이 전화를 걸고, 악수를 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손을 잡는 순간, 그는 무엇을 느낄까?
손가락이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 한 번. 두 번.
"——여보세요."
"저는——로봇 철폐 투쟁 위원회 대표입니다. 당신들에게——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권혁진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Episode 002: 계획
다음 날 저녁 8시. 정진욱의 개인 저택 거실은 화려한 조명 아래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모든 것을 드러내기보다, 모든 것을 감추는 데 더 적합했다.
배진수, 조용호, 최경식——확대파의 핵심 인물들이 둥글게 앉아 있었다. 정진욱은 손에 펜을 쥐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펜대를 너무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가 직접 전화했습니다."
정진욱이 말했다.
"회담을 제안합니다."
배진수가 첫 반응을 보였다.
"덫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달랐다——기회를 계산하는 눈빛. 회담이 성공하면 ACE 병원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최경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기회일 수도 있고요. 시장이 안정될 겁니다."
시장. 주가. 경제 지표. 그의 관심사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 철폐파가 사라지면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조용호는 침묵했다. 가장 조용했지만,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었다. 파파의 IT 인프라는 이미——이상한 패턴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정진욱이 일어섰다.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준비한다."
그의 목소리는 군대 지휘관의 것이었다.
"공개적으로——우리는 평화 협상을 원한다. 확대파가 중재자로서 국민 앞에 서는 장면을 만든다."
잠시 멈춤.
"그리고——우리는 대화하는 척하면서 끝낸다. 회담장에서 그를 제거한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배진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정진욱이 대답했다.
"성공하면——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는 생각했다——전장에서는 적이 명확했다. 총을 겨누는 자, 쏘면 되는 대상. 하지만 지금: 권혁진은 적인가, 협상 상대인가? 그의 군사적 사고방식은 이 회색지대에서 얼마나 위험한가?
그는 그 질문을——아직——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현성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가 말했다.
회의 후, 정진욱은 서재로 이동했다.
어두운 공간. 책상 위의 한 줄기 스탠드 빛이 그의 얼굴을 반사했다. 서재 벽면에는 그가 젊은 시절 훈장을 수여받을 때 찍었던 올곧은 눈빛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정면에 선 정진욱은 어둠 속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남궁진과 암살을 모의하고 있었다. 명예로웠던 군인 시절의 흔적과 현재의 추악한 정치적 위선이 스탠드 빛 아래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는 전화를 걸었다.
"그쪽 준비는?"
남궁진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항상 그랬다.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대표님께서 결정만 하시면 됩니다."
"암살자 안드로이드——상태는?"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신호만 기다리면 됩니다."
"회담장 보안은?"
"확대파 경호 인력이 담당합니다. 제 안드로이드가 경호팀에 포함될 수 있도록——조치했습니다."
정진욱은 잠시 침묵했다. 전화 너머로 남궁진의 숨소리——기계적인 간격. 그는 군인 시절을 떠올렸다. 전장에서의 결정과 지금의 결정이 다르지 않다고——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다르다.
전장에서는 적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지금은——권혁진이 악수를 청해왔다. 그리고 그는 그 악수의 손을 잘라내려 한다.
그의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었다. 생각을——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즉시 그 감각을 지웠다.
"나는 국방부 장관이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다."
그러나 그의 손은 차갑다. 평소 전장에서도 떨지 않던 그 손이——
"좋습니다. 회담은 3일 후입니다. 장소는——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 보안 계획도——당신이 작성하시오. 철폐파가 휴머노이드 경호원을 데리고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맞는——준비를 하시오."
"——명령입니다, 장관님. 저희 현성의 전투형 안드로이드는——휴머노이드가 몇 대든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습니다."
통화가 종료되었다.
정진욱은 서재에 혼자 남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회의실에서 펜을 쥐었던 그 손. 이 손이 곧 권혁진의 손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다른 손이 암살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의 시계——오전 2시.
그는 거실로 돌아와 소주를 따랐다. 혼자서——아무도 보지 않을 때만 허용되는 작은 자유. 그러나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게——옳은 결정이다."
그가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
Episode 003: 증언
응급실 문이 열리고 들것이 밀려 들어왔다. 환자의 비명——"살려주세요——!"
박지영이 달려갔다. 그녀의 손은 평소처럼 움직였다——수액 연결, 산소 포화도 확인, 의사에게 상황 보고. 그러나 마음은 달랐다.
이게——현실이야. 더 이상 저기가 아니야.
두 번째 테러였다. 첫 번째 테러보다 피해자가 더 많았다. 화상을 입은 중년 남성. 절단된 팔을 가진 젊은 여성.
박지영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첫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이 응급실에 서서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무서워——하지만 무서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서웠지만, 무서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동료 간호사가 울고 있었다.
"선배, 무서워요."
박지영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평소의 위로. 그러나 내면은 같지 않았다.
"나도——무서워."
그녀는 생각했다——첫 테러 때 나는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더 무섭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TV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확대파 대변인: "이번 테러는 우리의 결의를 꺾을 수 없습니다."
다른 채널——철폐파 대변인: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확대파가 초래한 결과입니다."
"확대파 41%, 철폐파 52%."
박지영은 TV를 바라보았다. 여론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내가 방관한 결과야?
응급실 근무 후, 박지영은 로봇 센터 근처 복도에서 잠시 멈추었다.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가려다——유진과 재민이 로봇 센터 앞에서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멈추었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재민의 목소리——낮고 긴장된.
"서준이 없다——아직 복구되지 않았어."
유진의 대답——조용했지만, 그 속에 단단함이 있었다.
"이수 선배는——기다리라고만 하더라. 기다리는 법을 배웠어요, 저."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수에게서 배운 인내와 조용한 힘이 배어 있었다.
재민이 말했다.
"처음에는 그냥 느낌이었어. 그런데 지금은——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서준의 변화, 에테르, 그리고——저 테러.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무엇이?"
유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직——이름을 붙일 수 없어. 하지만 패턴은 보여. 마치——모든 것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어."
박지영은 듣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대화였다. 그러나——안드로이드와 관련된 어떤 거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유진이 그녀를 발견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박지영이 대답했다.
"응, 괜찮아. 그냥——좀 쉬려고."
그녀의 시선이 로봇 센터로 향했다.
"저——SR-03은…… 괜찮은 거예요?"
재민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아직, 복구 중입니다."
짧은 대답. 박지영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느꼈다.
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혹시…… 괜찮으시면 저와 차라도 하시겠어요?"
박지영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손이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졌다——딸에게 보내지 못한 메시지.
밤 근무. 당직실. TV는 꺼져 있었다. 박지영은 혼자 앉아 차를 마셨다.
그녀는 유진과 재민의 대화를 곱씹었다. "서준이 없다", "모든 것이 하나로 수렴하고 있어." 무슨 뜻일까? 그리고 뉴스——"확대파 41% 대 철폐파 52%."
그녀는 재민과 복도에서 나눈 첫 대화를 떠올렸다. "나는 그냥 수술이나 챙기려고요."
그때 그녀는 안전했다. 테러는 뉴스 속 이야기였다. 기본소득은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무관심은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첫 테러. 그날도 같은 응급실에 서 있었다——똑같이 무서웠다. 그러나 그날은 몰랐다——무서워하는 것보다, 무서워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은——
"내가——틀렸나? 좀 더 일찍——뭔가 했어야 했나?"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다. 메시지. 딸이었다.
"엄마, 괜찮아? 뉴스 봤어. 병원도 위험한 거 아니야?"
박지영은 메시지를 읽었다. 답장을 쓰려다——멈추었다. "괜찮다"고 써야 할까? "조심하라"고 써야 할까? 진실을 말해야 할까?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나는——말해야 하나?"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그녀는 전화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 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움켜쥐는 것은——전화기였다. 증언의 시작.
그녀는 메시지를 삭제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유진 씨——시간 있을 때 좀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전송.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 손이 전화기를 들었다. 곧——이 손이 무엇을 할지, 그녀는 아직 몰랐다. 그러나 적어도——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직실 창문 너머——도시의 불빛. 어딘가에서 회담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녀는 아직 몰랐다——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Episode 004: 준비
회담장——차갑고 깨끗하다. 마치 아직 피를 보지 않은 수술대처럼. 모든 준비가——완료되었다.
3일 후 아침. 서울 중구, ○○빌딩 지하 1층.
아무도 모르는 장소. 창문 없는 지하. 이 회담은——존재하지 않는다. 마이크도, 카메라도 없다. 단 하나의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 흰 벽, 4열의 형광등, 그리고——침묵.
확대파가 장소를 지정했다. 권혁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밀 회담——그가 요청한 조건이었다. 대중이 알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확대파 경호 인력이 도착했다——모두 정진욱 직속. 그들 중 하나. 일반 경호원과는 달랐다——움직임이 너무 정확했다. 불필요한 동작이 하나도 없었다. 일반 인간 경호원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전투형 안드로이드.
정진욱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폐파가 휴머노이드 경호원을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도——문제없다."
철폐파 대표단이 도착했다.
권혁진. 한동수. 유민경.
그리고——그의 뒤로 3대의 휴머노이드가 줄지어 따라 들어왔다.
권혁진은 이들을 데리고 왔다——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확대파 경호팀이 긴장했다.
권혁진의 대비가 예상보다 철저했다.
확대파 리더가 도착했다——정진욱, 배진수, 조용호.
아무도 이 만남을 알지 못한다. 이 방 안의 사람들만이——이 순간을 알고 있다.
양측 첫 대면. 눈빛 교환.
정진욱의 시선이 휴머노이드들에 머물렀다——잠시.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셨군요, 권 대표. 휴머노이드 경호원까지——철저하시네요."
권혁진이 대답했다.
"당신들이——덫을 놓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어서."
짧은 신경전. 그러나 그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회담장 구석에서——휴머노이드 경호원 3대가 동시에 0.5도 회전했다. 암살자 안드로이드를 향해.
그 찰나, 경호팀 틈에 섞여 있던 현성의 전투형 안드로이드가 '틱-' 하는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약 0.3초간 눈동자의 초점을 잃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스템 딜레이 같았지만, 에테르의 분산 데이터가 기계의 연산 코어 내부에서 살상 명령 프로토콜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빚어낸 균열이었다.
암살자는 다시 미동도 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왔다.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아무도 그 기묘한 공백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수의 휴머노이드. 그리고——단 하나의 암살자 안드로이드.
수적 우위와 질적 우위 사이에——눈에 보이지 않는 전류가 흘렀다. 아직——발화되지 않았다.
네트워크 어딘가에서——데이터가 움직이고 있었다. 회담장 건물의 라우터 로그에 기록되지 않은 패킷들이 지하 네트워크 노드를 경유하고 있었다. 소스 주소는 수백 번 바뀌었지만, 목적지는 하나——지하 회담장 층의 무선 액세스 포인트. 방화벽은 이상 탐지를 시도했으나, 매번 경보가 울리기 전에 정확히 취소되었다. 어떤 프로세스도 로그를 남기지 않았다. 시스템 부하 곡선은 정상이었다.
만들어진 자들이 서로를 제거하려는 순간, 그것이——듣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정진욱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권 대표, 만나서 반갑습니다."
권혁진이 잠시 망설였다. 이 손을 잡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 그의 뒤——휴머노이드 경호원 3대가 기계적 경계 자세를 유지했다. 회담장 구석——암살자 안드로이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휴머노이드들을 향해 있었다.
아직, 아니다.
권혁진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
아무도 모르는 악수. 이 방 안의 몇 사람만이 그 순간을 목격한다. 기록하는 자도, 중계하는 자도 없다. 다만——3대의 휴머노이드와 1기의 안드로이드가 그 악수를 주시할 뿐.
권혁진의 손——차갑고 단단하다. 정진욱의 손——따뜻하지만, 너무 완벽한 악수. 그의 미소——완벽한 정치인의 미소. 권혁진은 그 미소 속에서 아무것도 읽지 못했다.
악수하는 동안——회담장 구석, 휴머노이드 경호원 3대가 동시에 0.5도 회전했다——암살자 안드로이드를 향해. 암살자는 움직이지 않았다——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경호팀의 일원이 고개를 돌렸다——"뭐야?"——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기계가 다시 멈추었다.
악수가 끝나고, 양측이 테이블에 앉았다.
정진욱이 말했다.
"우리는——당신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먼저——당신의 진의를 확인해야 합니다."
권혁진이 대답했다.
"우리는——대화를 위해 왔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다면."
그러나——
회담장 구석.
휴머노이드 경호원들.
그리고 단 하나의 암살자 안드로이드.
수적 우위. 질적 우위.
아직——발화되지 않은 긴장.
모두가 앉았고, 회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